전자신문 기사원문 http://www.etnews.com/20171213000263

페이스북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을 현지법인에 기록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유럽연합(EU)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EU는 다국적 기업 세금회피 문제와 전면전을 벌여왔다. 최근 애플로부터 백기를 받아내는 전공을 쌓았다. 애플은 아일랜드에서 미납한 130억유로(한화 16조7000억원) 세금을 내년부터 납부한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애플과 같은 거대 IT기업이 회원국 도움이나 묵인 아래 거액의 세금을 탈세했다며 대대적인 조사에 나선 바 있다. 집행위는 3년의 조사 끝에 지난해 아일랜드가 1991∼2007년 애플에 파격적인 세율을 적용해 특혜를 줬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아일랜드에 애플로부터 130억 유로의 체납 세금을 징수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결정이 나온 지 1년이 되도록 아일랜드 정부가 돈을 징수하지 않자 EU는 지난 10월 유럽사법재판소에 아일랜드를 제소했다. 이 같은 압박 끝에 결국 애플 항복을 받아낸 것이다.

세제 개편도 추진한다. 지난 9월 EU 재무장관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이익이 아니라 매출에 일정 비율의 세금을 매기는 ‘형평세’ 도입을 논의했다. 조세 회피 기법에 따라 손쉽게 다른 나라로 이전되는 이익이 아니라 고정된 매출에 세금을 매길 방침이다.

세금을 덜 내기 위한 수법은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율이 낮은 지역에 소득을 몰아 세금을 피하는 수법을 써왔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보이면서 다른 기업에 대한 조세회피 근절 압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구글, 애플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협회가 발간한 ‘2016 무선인터넷산업 현황 실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구글의 국내 앱 마켓 매출은 4조4656억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은 플레이스토어에서 발생한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구글의 국내 수수료 수익은 1조3400억원 규모다. 현재 구글은 한국 내 매출을 싱가포르로 돌려 세금을 회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만우 전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한국에서 매출을 올린 해외 법인 9532개사 가운데 전체 절반(49.9%)인 4752개사가 한국 정부에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 가운데 연매출 1조원 이상 기업은 15개사, 5000억~1조원 기업도 17개사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기업 대상 세금을 제대로 걷자는 여론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올해 ‘구글세’ 논란이 공론화되면서 글로벌 기업에 실제 매출에 합당하는 세금을 매기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국세청은 세금 탈루 혐의로 3147억원의 법인세를 오라클에 부과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세무 당국이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 문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다. 조세 회피 방지 논의만 지속됐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글로벌 기업은 한국에서 매출 공개를 거부하며 요지부동이다. 해외에선 매출을 공개하는 사례도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미국과 영국 매출, 아마존은 미국·일본·독일·영국에서의 매출 상황을 각각 공개한다.

한성수 법무법인 양재 변호사는 “고정사업장별 계약에 따른 매출 인식 방법을 담은 OECD 모델이 최근 개정되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페이스북은 물론 다른 글로벌 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