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이 연구개발(R&D)과 마케팅·판매 활동을 벌인 지역에서 세금을 내도록 국제조세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성수 법인법인 양재 변호사는 23일 “서버가 설치된 지역을 고정사업장으로 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룰이 공정하지 못하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그는 “R&D와 마케팅·판매 활동이 기업 경영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부산물 성격인 서버가 고정사업장이 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정사업장은 국가별 과세권 결정 기준이다. 서버를 뒀거나 계약 활동이 일어난 지역을 고정사업장으로 분류한다. 일부 다국적기업은 세율이 낮은 나라에 서버를 설치, 절세를 해왔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유럽연합(EU)이 반기를 들었다.

고정사업장 기준을 배제했다. 새로운 과세 체계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한다. 매출에 3% 상당 세율을 곱해 세금을 물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 변호사는 “국제조세 최강국 미국 주도로 지금 OECD 룰이 만들어졌다”며 “이후 EU가 결성되면서 힘이 강해진 유럽 국가가 반발, 조세 전쟁 움직임까지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고정사업장 개념을 바꾸면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U는 물론 미국도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국적기업 대부분이 본사에서 직접 R&D를 수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최대 수혜국이 될 전망이다.

OECD도 해법을 찾고 있다. 나라별 이해관계 대립으로 고전이 예상된다. ‘가상 고정사업장’ 논의를 벌였지만 끝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2020년까지 최종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마케팅·판매 활동 과세권 배분 방식도 제시했다. 기업 기능과 위험 부담 비율에 따라 관계회사 간 이익을 나누면 된다고 한 변호사는 설명했다. 그는 “계약 체결 장소를 고정사업장으로 보는 것은 넌센스”라며 “기업 운영에 핵심이 되는 마케팅·판매 활동을 기준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세에 대해선 “일단 EU 논리가 상당히 약해 시행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분석했다.

특허권을 두고는 “R&D 결과물인 특허권을 저세율 국가에 넘기는 수법으로 세금을 피해왔다”며 “50% 이상 지분을 갖은 관계회사와 특허권을 사고팔 수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OECD 모델을 전반적으로 재편, 불필요하고 복잡한 내용을 손봐야 한다”며 “고정사업장, 이전가격, 특허권 분야 구멍만 막아도 조세 회피 문제는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EU 장관에게 보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